2011.3.31 문화일보

<사회적기업, 희망을 키운다>취약계층 우선선발… 희망도 자립능력도 ‘鐵鐵~’

문화일보 | 김남석기자 namdol@munhwa.com | 입력 2011.03.31 15:11

지난 28일 전남 광양시 금호동 포스코 광양제철소 내에 자리 잡은 포스코의 사회적기업 '포스플레이트'의 시편가공실. 크레인이 연방 철판들을 나르고 있는 가공실 한구석에서 아직 앳된 얼굴의 이정환(24)씨가 가스절단기를 이용해 큼지막한 철판을 자르고 있었다. 회사 막내답게 구김살 없는 밝은 표정과 달리 이씨는 사실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지난해 이 회사에 입사하기 전까지 일용직을 전전했다. 어린 나이에 부모와 헤어져 큰어머니 댁에서 자란 탓에 대학 진학이 쉽지 않았고 고졸 학력인 그를 받아 주는 회사는 없었다. 하지만 사회취약계층을 우선 선발한다는 말에 포스플레이트의 문을 두드리면서 그에게 희망이 생겼다.

↑ 지난 28일 전남 광양시 금호동 포스코 광양제철소 내에 위치한 포스코의 사회적기업 ‘포스플레이트’의 시편가공실에서 직원들이 작업 진행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광양 = 김선규기자 ufokim@munhwa.com

이씨는 "아무런 기술도 없어 당연히 떨어질 줄 알았는데 회사에서 교육을 시켜 준 데다 안정적인 직장에 근무 분위기까지 매우 좋다"며 "앞으로 후배들이 들어오면 기술을 가르쳐 주기 위해 용접 자격증 등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같은 시간 시편가공실 옆에 있는 후판공장 창고에서는 같은 회사 창고관리부 소속의 김양희(여·48)씨가 전용청소차를 끌고 창고 바닥을 청소 중이었다. 축구장 크기의 4.5배에 달하는 1만800㎡ 크기의 창고를 동료와 번갈아 청소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지만 김씨의 얼굴은 환해 보였다.

김씨 역시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남편의 사업이 부도나는 바람에 온 가족이 빚더미에 올라앉아 신용불량자로 전락한 아픔을 갖고 있었다. 우유 배달 등 닥치는 대로 일을 했지만 불안정한 생활에 지쳐 갈 때쯤 포스플레이트에서 저신용자 등 사회취약계층을 먼저 고용한다는 말을 들었다.

그는 "일은 조금 힘들어도 고정 급여와 상여금이 나오는 안정된 일자리 덕에 힘이 난다"며 "아직 빚을 다 갚으려면 5년이나 남았지만 꼭 벗어날 수 있다는 희망이 있다"고 밝혔다.

포스플레이트는 지난해 1월 포스코가 지분 68.95%를 투자해 설립한 사회적기업으로 광양제철소 후판공장의 신후판 재질시험편 가공 및 시험의뢰, 후판제품 재고 및 출하 관리 등을 주요 업무로 하고 있다. 현재 모두 110여명의 직원이 근무 중인 가운데 청년 실업자와 한부모 가장, 장애인, 고령자 등 모두 60여명의 사회취약계층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포스플레이트는 설립 이후 포스코 미래창조아카데미에서 3개월간 교육을 받으며 조업 준비를 한 끝에 같은 해 9월 후판공장 가동과 함께 업무에 들어갔다. 업무 개시 이후에도 생산성 향상을 위한 원격교육 등 꾸준한 지원을 통해 직원들의 자격증 소지율이 90%에 이른다. 이에 따라 포스플레이트는 업무 처리에서도 일반기업 이상의 능률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 9월 후판공장 가동과 함께 조업을 시작한 이후 당초 목표량인 하루 평균 출하량 7500t을 훌쩍 넘어 하루 9137t의 출하량 신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조균형 포스플레이트 관리본부장은 "올해 말까지 약 70명의 직원들을 더 선발해 모두 180여명의 직원을 채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회취약계층 지원을 위해 설립된 포스플레이트가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면서 포스코 역시 창고의 지속적인 설비 개선과 투자로 화답하고 있다. 이와 함께 포스플레이트는 광양제철소 후판공장에 이어 오는 6∼7월엔 포스하이메탈 측 업무도 추가로 맡을 예정이다.

현재 포스코는 포스플레이트 외에도 1호 사회적기업인 '포스위드'와 '포스에코하우징', '송도에스이(SE)' 등 모두 4개의 사회적기업을 운영 중이다. 먼저 포스코는 장애인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자활·자립을 돕기 위해 지난 2008년 1월 국내 최초로 자회사형 장애인 사업장인 포스위드를 설립했다. 포항과 광양, 서울 등에서 포스코 직원들의 근무복 세탁과 사무 업무, 콜센터, 헬프센터 지원 등 위탁 용역 업무를 맡고 있다. 전체 직원 258명 중 48%에 해당하는 123명이 장애직원이며 특히 장애직원 중 53%가 중증장애인이다.

또 다른 사회적기업인 포스에코하우징은 2009년 설립된 자립형 사회적기업으로 포스코의 기술 노하우를 전수받아 스틸하우스와 철골조, 강건재 단품류 생산 등을 하는 건설회사다. 이 밖에 송도에스이는 북한 이탈 주민 등 사회취약계층에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 세워져 인천지역 포스코패밀리 사옥의 청소와 주차 관리를 담당하고 있다. 현재 송도에스이는 105명의 사회취약계층을 고용하고 있으며 국내 기업 중 가장 많은 35명의 북한 이탈 주민이 근무 중이다.

포스코 사회적기업의 특징은 철강 관련 기술 및 조업 연관성을 갖는 업종을 선택함으로써 확실한 수익 모델을 갖춰 자립 기반을 조성하는 것으로 이를 통해 2012년까지 모두 750여개의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정준양 회장은 "향후에도 자립형 사회적기업 설립과 함께 출자사들을 포함한 1사 1사회적기업 결연, 프로보노 봉사, 교육 프로그램 제공 등 다양한 지원 활동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광양=김남석기자 namdol@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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